이번 에어컨 설치는 주민들 스스로 결정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지난해에는 관리소의 요구에 반대했지만 올해는 오히려 주민들이 먼저 요구해 이뤄진 것이다. 지난 6월 아파트 관리소는 에어컨 설치를 주민회에 건의했다. 하지만 협소한 공간, 추가 전기 요금 발생 등의 이유로 설왕설래만 한 채 결정이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올해는 주민들이 먼저 팔을 걷고 나섰다. 입주자 대표들이 경비원들의 휴식 장소의 열악함을 인지하고 아파트대표자회의를 통해 관리사무소에 에어컨 설치를 요구했다. 관리사무소와 입주자 대표들은 주민들의 반대를 염려했지만 설치 반대 여론보다는 비용 절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요구하는 등 작년과는 다른 긍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13대의 에어컨 구입비와 가동에 따른 전기료 부담을 계산해보니, 각 세대당 첫 달에만 설치비 1900원씩을 나눠내면 된다. 매달 전기료도 가구당 32원씩만 분담하면 됐다. 이를 접한 전체 3599세대 모두 에어컨 설치에 찬성하면서 경비원들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게 됐다. 에어컨 설치는 10일부터 14일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아파트 주민 A씨는 "다른 곳은 비용에 상관없이 에어컨을 설치해 근무환경을 개선했는데 우리는 세대당 50원도 안 되는 돈만 내면 경비원분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휴식 및 근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지금이라도 근무 여건이 개선돼 기쁘다"고 말했다.
경비원 B씨는 "작년까지는 초소가 외부보다 뜨거워 들어가기 싫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춥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주민들이 스스로 경비원분들을 생각해 근무환경을 개선해줘 고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