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돈보다 사람” 한 장의 호소문이 경비원 해고 막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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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0-1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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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입주민이 붙인 대자보 화제 - 지자체도 주민·경비원 상생 나서 부산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관리비 절감을 위해 경비원 수를 줄이는 투표에서 ‘상생’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한 주민이 ‘사람은 비용이 아니다’는 내용의 엘리베이터 대자보를 붙이자, 입주민들도 이에 호응하는 댓글을 붙이는 등 다같이 사는 공동체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 해운대구 좌동 삼환아파트는 최근 경비원을 8명에서 4명으로 줄이는 안건에 대한 입주민 찬반 투표를 한 결과, 반대 48.6%(173세대)가 찬성 38.2%(136세대)보다 많아 부결됐다고 12일 밝혔다. 안건은 입주민 75%(267세대) 이상 참여해 과반수(178세대) 이상 찬성해야 통과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아파트 관리비가 많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입주자대표회의는 경비 절감 차원에서 경비원 감축 문제를 투표에 부쳐 정리하기로 했다. 안건이 통과됐다면 아파트 관리비가 가구당 많게는 월 2만 원 이상 줄어들 수 있었으나 주민은 돈보다 사람을 택했다. 특히 한 입주민은 투표를 며칠 앞두고 ‘사람을 비용으로 생각하지 말자’는 장문의 호소문을 엘리베이터와 주차장 통로에 수십장 붙였다. 글 작성자는 “한 사람의 일터를 없애는 일은 그 사람의 일상을 무너뜨릴 수 있기에 가능한 조심하고,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며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경비 아저씨와 인사하는 모습이나 경비 아저씨들이 봄이면 꽃잎을, 가을이면 낙엽을 쓸어 담으며 주민의 발밑을 돌봐주시는 것을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다. 우리가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고민해 볼 수 있기 바란다”고 적었다. ‘엘리베이터 대자보’는 입주민의 마음을 움직였다. 주민은 호소문 옆 공간에 ‘조금씩 도와 산 사람의 일자리를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좋은 일 아닌가요’ ‘함께 삽시다’ 등의 응원글을 달았다. 삼환아파트의 상생은 최근 발생한 경기도 광명의 한 아파트의 사례와 극명한 대조를 이뤄 더욱 돋보인다. 광명의 한 아파트에 사는 대학생이라고 밝힌 입주민은 ‘경비용역비 절감 방안’에 대한 의견을 경비원이 직접 세대를 방문해 동의서를 받게 한 것을 지적하며 ‘“나를 자르는 데 동의해주세요’라고 하는 것처럼 보여 부끄러웠다. 차마 서명을 할 수 없었다”며 “주민의 편의를 위해 근무하는 경비원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어디 있는지 궁금하다”고 적었다. 부산지역 지자체들도 입주민과 경비원 간 상생을 위해 앞장선다. 금정구는 지난 8월 ‘공동주택 경비원 근무환경 개선사업’을 통해 심리상담 지원과 노무관리 상담 등을 시작했으며, 모범 경비원에게 표창을 수여(국제신문 지난달 28일 자 1면 보도)하기도 했다. 기장군도 지난 6일 부산동부고용노동지청과 ‘경비원과 입주민 상생 업무협약’을 하고 인식 개선을 위한 입주민 교육, 휴게시간 안내문 표준안 제작 배부 등의 사업을 시작했다. 이준영 기자
기사출처: 국제신문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201113.22004004575 |